도니&지디소식

MC의 새 혁명 도니

옥수수다 2015. 2. 9. 16:18

한 기사님이 도니에 대한 MC능력을 평가해 올렸는데. 음 역시 보는 눈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해주네요. 도니가 센터자리에 앉아서 진행을 못해서 버벅거리고 있었을까요. 무도에서 선테에 10분간 진행하는 모습은 내가 봐도 트릭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듯이..이 기사분도 나와 같은 맘으로 글을 써 주셨네요. 요즘 MC의 새로운 아이콘하면 정형돈을 빼 놓고 말할 수 없겠죠. 무도가 오래도록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치고 올라가야겠다는 것보다 자기자리를 잘 유지하는 컨셉이었기에 지금까지 사랑 받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기사전문] 

정형돈, 이쯤 되면 신동엽·유재석과 비견할만하다

기사입력 :[ 2015-02-09 15:36 ]

 


정형돈이 존재감 없다고? 그거 다 접어준 거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정형돈은 얼마 전 <무한도전>에서 센터에 섰다. 실시간으로 시청자의 의견을 받던 중 유재석의 전격적인 제안으로 이뤄진 일이었다. 그리고 10분 동안 센터를 차지한 정형돈은 얼어붙었다. 말이 꼬이기 시작했고, 버벅거렸다. 상황 설명이나 재밌는 의견을 찾아내는 순발력은 물론 볼 수 없었고, 본인이 재밌게 할 수 있는 것을 달라고 제작진에게 요청했지만 연신 ‘쓰읍, 음’만 남발했다. 멘트를 읽어주는 대신 홍콩팬이 보냈다며 중국어 인사를 하고, 안 먹히는 말장난만 하다가 보다 못한 유재석에게 멘트를 인터셉트 당했다. 단 10분이었다. 하하는 ‘진행 예술이다’ 정준하는 ‘지나가는 시청자 한 분 모셔도 이거보단 낫겠다’ 박명수는 ‘얘 계속 쓸거야?’라는 고견을 남겼다.

그런데, 이거 다 정형돈의 수작이다. 그거 접어준 거다. <무한도전> 내 캐릭터와 캐미스트리 때문에 연기가 가미된 거지 정형돈은 10분을 그렇게 날려 보낼 선수가 아니다. 운동선수로 치면 예능판에서 최근 가장 두드러지게 폼이 좋은 선수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실질적인 엔진이고,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최고의 출력으로 웃음을 뽑아내고 있다.  

지난주 방송된 <우리동네 예체능> 족구편의 첫 상대는 정형돈이 예전 6년 6개월간 몸담았던 삼성전자의 족구팀이었다. 첫 상대를 정형돈의 홈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곳을 굳이 찾아간 것, 그리고 그곳에서 옛 동료들과 만남이라는 추억여행 위주로 방송을 꾸린 것은 <예체능>이 엄연히 강호동의 프로그램이지만 정형돈을 더 적극 이용하려는 의도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의 인간적인 해후를 중심으로 방송을 진행하고 18년 전 청년 정형돈이 사내 노래대회 ‘철쭉 가요제’의 영상을 통해, 출연자들이 리액션하는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 웃음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깔아주기다. 지니어스 정은 족구에서도 센터, 진행 측면에서도 이미 센터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곳에서 십여 년 만에 만난 한 선배는 “유재석 강호동의 시대는 가지 않았나, 정형돈도 연예 대상을 노려볼만 하다”고 강호동이 있는 자리에서 덕담 아닌 덕담을 남겼다. 정형돈은 난처해했지만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형돈은 자신만의 색깔과 캐릭터를 진행의 영역으로 발전시키면서 지난 하반기부터 툭 치고 올라왔다. 지난 10년 동안 <무한도전>에서 이따금씩 신스틸러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늘 가장자리에 머물며 어색함, 웃기는 것 빼고 능통함 등의 캐릭터로 지내왔다. 그러는 사이 <무도> 밖에서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돌들과 어울려 방송을 만들고 테프콘과 만담형 진행을 수년 째 나누면서 쌓아온 내공이 트였다.

 
이런 정형돈을 재발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무대는 <냉장고를 부탁해>다. 김성주와 주고받는 만담식 진행으로 분위기를 이끄는데, 정형돈의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구수한 멘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요리쇼다 보니 딱히 복잡한 진행을 볼 건 없지만 적절한 상황설명과 비유, 그리고 솔직한 질문들을 통해 밋밋한 분위기를 풍부하게 만드는데 정형돈보다 더 적합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 평범한 그의 입에서 나오는 비범한 멘트들. 전현무도 좋지만 너무 익숙하고 세련됐다.  

정형돈의 무기는 평범함, 그러면서도 진상 아저씨의 기운이다. 전문 셰프를 모셔놓고 비주얼이 별로면 솔직하게 이상하다고 말하고, 초등학생용 입맛을 신봉하는 게 정형돈이다. 성질내는 것 같기도 하고 막 타박하듯 구는 게 약간은 진상이되, 귀여운 게 포인트다. 출연자 중 가장 승수가 많은 홍석천이 오븐 온도 조절 실패로 생조기를 내오고, 뒤이어 돼지고기 요리를 하는 샘킴도 생각보다 낮은 화력에 당황하자 ‘오늘 스시특집인가요?’라고 비꼬고, 최근 연패를 기록 중인 샘킴에게는 ‘전문 용어로 (내리막) 줄 탔다, 지금 화보 찍을 시기가 아니다’고 빈정거린다. 전문셰프가 아닌 김풍은 노래까지 개사해서 불러줄 정도로 정형돈의 먹잇감이다.

이처럼 말이 많고 숙련된 예능 선수들이 없는 판에서 정형돈은 ‘불도저’가 된다. 기존의 존재감 없는 캐릭터의 설정과 부딪힘이 없다보니 소위 출연자들을 멘트로 ‘털어버리는’ 위치를 점유하고 시작한다. 기존 캐릭터가 가진 한계와 관계가 아예 새롭게 정의되다 보니 주눅 드는 연기나 설정이 필요 없이 그냥 ‘아저씨’의 모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상황을 유려하게 이끄는 짓궂은 농담과 대놓고 깐족거리는 ‘어택 멘트’는 윤종신과는 또 다른 순발력이 있고, 펀치력은 더 세다. <무도>에서 정형돈의 캐릭터가 가장 빛난 것도 이 지점이다. 존재감 없다고 생각한 그가 오히려 허세로 무장하니 재밌는 거다. <무도>에서 GD에게 했던 그런 허세를 마음 놓고 펼치는 거다. 방송에 익숙지 않은 아이돌, 일반인에 가까운 셰프들과 방송을 만들어가는 능력은 신동엽이나 유재석과 비견할만하다.

정형돈은 워낙에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월요일에는 <냉장고를 부탁해> 화요일에는 <우리동네 예체능> 수요일에는 <주간아이돌>까지 대표작이 줄을 선다. 원래 회사나 어느 조직에서 막내 생활을 오래 하면 그가 연차가 얼마나 쌓이고 능력이 얼마나 배양했는지와 별개로 그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눈에 정형돈이 그렇다. 여전히 <무한도전>의 정형돈이긴 하지만 아무도 눈치 못챈 사이 진행 능력을 발전시켰다. 더 이상 어색하다거나 운동능력을 기반으로 한 예능인이 아니다. 평범하지만 짓궂은 아저씨, 아무리 봐도 아닌데 당당한 아저씨, 그러면서도 해박하고 따스한 아저씨. 그래서 친근하고 재밌는 아저씨. 정형돈은 <무한도전>에서 발전시킨 캐릭터로 점점 더 예능의 중심으로 진격해오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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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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