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짤이야기

술마시고 싶게 하는 날

옥수수다 2017. 12. 7. 20:33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하루를 살아내기가 힘든날로 꿈틀거릴 줄은 까맣게 몰랐다. 오늘은 괜찮겠지 하지만 역시나 그렇지 않은 날이었던 것이다. 바람은 차가워지고 덜덜 떨다가 겨우 몸을 녹일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오늘은 일진이 꿈틀대며 자꾸 앞을 막았다.

나의 한마디에 따뜻한 방안으로 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도니는 해맑게 제주도하며 유명한 음식이름을 대었다. 아주 애교 가득히 그리고 자신있게 했다.


각자의 운명은 보아가 말하는 한마디에 달려있었다. 자주 와 봤으니 이거는 알겠지 했다.


제주도하면 유명한 오분자기음식이 있다. 전복보다는 작지만 알이 알차서 국물을 내는 용으로도 많이 쓰이지만 건강식밥에도 많이 들어가는 속이 꽉찬음식인 것이다. 도니는 자신만만하게 오분만 자기야를 외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보아는 생소한 음식이었다. 스케줄 소화하고 간단히 먹는 음식이 전부였고 오래 기다릴 수 없어 번번히 굶고 다녀야 했을 저 길에서 오분자기는 너무나 어려운 음식이었던 것이다.


결국 오분자기가 뭐냐는 질문에 멘붕까지 온 도니 영락없이 쫄쫄이 굶어야 하는 순간이 닥쳤다.


자연산으로만 생산되는 오분자기를 열심히 설명해주는 도니는 혈압이 올라갈 지경이다. 열열이 설명을 해줬더니 돌아오는 말은 뒷목잡게 했다.


[오빠 너무 어려운거 했다.] [ 제주도하면 오분자기야~]하며 버럭해 보지만 결국 도니는 식당 안으로 들어 갈수 없게 되었다. 도니야 다음부터는 쉬운 거 하자 먹고는 다녀야 되지 않겠니~그렇게 시작한 오늘 하루의 일진이 정말 칼바람 보다도 더 추운 삶의 바람이 살속을 파고 들었다.

 

눈만 내리지 않을 뿐 제주도의 바람은 왜이리도 차갑게 불어되던지 도니는 성냥 팔이라도 해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밖에서 바라본 안의 풍경은 선택받은 곳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안의 따스함을 고스란히 느끼는 순간부터 내가 서있는 이곳은 너무 춥다. 하아...손이 얼얼해서 쪼개지는 것 같았다.


아무리 애절한 눈빛을 보내도 거기는 내가 들어 갈 수 없는 곳이다. 젠장 어디서 부터 오늘 하루 일진이 틀어진걸까? 문어 돌솥비빕밥집부터인가..하아 뭐가 이리 그지 같은 날이냐 하아 나도 저기에 앉아있고 싶다.

 

눈빛의 애절함은 마음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듯이 흘러들어갔다.


아니 눈으로 울어야해 나는 지금 몹시 슬픈 날이다.


도니에게는 차디찬 칼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겨울이라면 누군가가는 따뜻한 곳에서 웃는 날이다. 세상 참~요지경속이다.


배고픔에 도니는 몸이 더 덜덜 떨려오자 위장이라도 따뜻한 뭔가가 들어가면 추위가 가실까 싶어 제작진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안그래도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도니는 라면 사먹게 5.000원만 빌려달라고 구걸해 오는데 안되다고 하기에는 너무 불쌍했다. 결국 선뜩 도니에게 돈을 내밀었다.


도니는 아주 신이났다. 그래 이걸로 사먹을 수 있다. [감사합니다. 컵라면 사올께요.] 도니는 혹여 도로 빌린돈을 가져 갈까봐 바람보다도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컵라면 하나에 도니는 세삼 세상의 따스함이란 다 가진 기분이었다. 언제 덜덜거리며 떨었는지 기억이 안날정도였다. 방안에 있는 건만이 따뜻한 것이 아니라는 걸 오늘 세삼 느끼게 한 날이다.


안에 들어가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에게 걱정 말라고 그들이 보는 앞에서 나 이렇게 맛있는 것 먹는다고 어필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료들은 도니의 그런 모습이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의도하지 않는 듯 의도하고 있는 도니의 [괜찮아요.] 처럼 보였다. 응차 의자에 앉아 더 편안하고 맛있게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 한젓가락을 들어 올리며 방긋 웃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거봐라 하듯이 말이다.


도니가 좋아라 하는 라면 먹방을 선보이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도니는 따뜻한 면발이 입안에서 탱글거리며 혀를 녹이자 온몸으로 따뜻함이 전율하듯 신난 표정을 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도 먹고있다. 컨셉이니깐


왠지 밖에서 먹는 라면이 맛잇게 보이기도 해 동료들은 맛있겠다. 하며 감탄을 하는 것도 잠시


현실 앞에서는 라면이 순식간에 꽁꽁 얼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더 좋다고 읊조렸지만 결국 현실은 저 밑바닥에서 꿈들거리고 있는 오늘 일진이 나를 슬픔에 젖게 했다. 라면을 들고 있는 손이 얼얼해지는 기분이었다. 


가게에 남아있는 저 딱새우가 싫었다. 아니 미웠다.


맛있던 컵라면이 이렇게나 초라한 음식이었다는 걸 알게한 날이기에 더 미웠다.


더이상 쳐다보고 있으면 들고 있던 라면도 먹기 싫어 질까봐 도니는 등을 돌렸다.


등은 돌리려고 하지만 눈은 쉴세없이 딱새우를 바라보며 입맛까지 다시게 했다. 들고 있던 컵라면이 서서히 식어가듯 마음은 이미 바람에 너덜해져 갔다. 춥다 오늘 진짜 왜이리 춥노~


이 빌어먹을 오늘 일진이 결국 술을 부르게 했다. 벌컥벌컥 술을 들이켜도 몸이 따뜻해지기는 커녕 외로움을 몰고왔다.

 

크윽~딱새우..젠장 그렇게 도니의 춥고 배고픔은 술을 마셔도 달래지지 않은 일진한번 더러운 날이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듯이 일진이 좋은 날도있고 더러운 날도 있다지만 더러운 일진은 될 수 있으면 없기를 바라며 칼바람을 안기고 있는 제주도에 버리고 가리라 맘먹으며 도니는 술을 벌컥드리켰다. 씨이~한잔하고 오늘은 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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