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짤이야기

정대리 그대리 1편

옥수수다 2021. 12. 26. 16:06

정대리 그대리가 아직 끝맺지 못했다는 걸 이제서야 알다니 그래서 짤들이 최대한 보일 수 있도록 다시 업로드 해서 그때의 감정의 감을 잡아서 다시 써볼라고. 게으름뱅이의 변명입니다.ㅎㅎㅎ;;;

 

 

 정대리, 사회 생활에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그저 신입사원 한명이 들어 왔기에 일하는 데 도움을 주기위해 열심히 알려주고 가르쳐 준 것이 주제 넘는 짓이었다는 걸 세삼 깨달은 날이었다.  부장님이 신문을 읽다 말고 놀라서 우리들을 불렀다. 기사로 보자마자 우리는 아니 나는 벌벌 떨어야 했다. 그 많고 많은 부서 중에 하필 우리부서로 올께 뭐란 말인가,

권사원이 누구인지 알고나자 정대리 자신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하고

고개가 땅에 닿을 정도로 한숨이 나고 후회가 밀려왔다.

 

신문에는 이렇게 기사가 실려있었다.

 [일반사원 자격으로 실무이행을 하고 있던 회장 아들 권지용.]

기사를 읽고 있는 부장님 조차 목소리가 떨려서 기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정도였다.

 

내 눈으로 기사에 실린 사진을 확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봐도 불길함은 적중했다.

방금전 내가 했던 행동이 주마등처럼 흘렀다.

 

조명판 제대로 들지 못한다고 막말했던 내 주둥이를 꼬매고 싶었다. 거기에 잘 사는 놈에게

[집 잘 살아]

미쳤다. 미쳤나 보다 이렇게 잘 사는 놈에게 집 잘 사냐고 갱고나 부리고

 

한 술 더 떠

[일하기 싫어]

 

[관두고 나가]

하면서 막말한 내 주둥이를 꼬매고 싶었다.

 

한술 더 떠 

[이 따위로 일할 거면 나가.]

버럭 거린 내 승질머리를 오늘부로 진짜 뜯어 고치고 말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머리가 빙빙 돌았다. 정대리는 또 생각했다.

내가 또 뭐했지 하고 말이다.

 

부려 먹은 놈은 생각이 나지 않겠지만 당한 넘은 두고두고 꼽씹다고 했던가

권 사원은 정대리가 실무를 가르쳐 주는 것인지 승질을 가르쳐 주는 것인지 모를 행동에

깊은 빡침이 났지만 참아야 했다.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실무을 익혀야 회사의 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대리놈이 실무를 가르치는 내 사수라는 것도 맘에 들지 안은데 어찌나 부려 먹는지

[아오 이걸 그냥]

맘 속으로 울부 짖으면서도 곁으로는 꾹꾹 눌러 참아야했다.

아버지는 회장 아들로써 이미 자리가 잡혀있으니 부서를 맞아보라 했지만

덥석 신입사원부터 차근차근 배워 보겠다고 했던 내 어리석음을 후회하는 날이 올 정도였다.

 

부려 먹어도 이렇게 부려 먹는 사수가 또 있을까 싶었다.

점심 때 식당가서 쳐 먹을 것이지 꼭 컵라면에 물 받아오라며 곱게 주는 법이 없다.

 

[권사원 물떠와]

난데 없이 날라오는 컵라면을 어떨결에 받아야했고 미쳐 받지 못해 바닥에 달그락 거리며

떨어지는 소리에 내 심장도 달그락거렸다. 또 한소리 할까봐 조마조마 했던 것이다.

그래서 번번히 내 점심 시간이 모잘랐다.

 

나는 사수인 정대리가 뭐라 하기전에 그저 고개를 습관처럼 숙이며

다녀오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저 얄미운 그 대리놈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한 술 더 떠

[권사원 절지선 넘기면 안된다.]

하며 철저한 절지선을 강조한 그 대리를 뒤로 하고 난 빨리 자리를 떠야했다.

이제는 안 참아 못참아 내가 저 대리놈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철저하게 부려 먹은 지난 시간을 테엽으로 감을 수 있다면 되 감고 싶었다.

정대리는 '지금 내가 무슨 짖을 한거지' 하는 맘으로 사원 권지용의 이름을 보며 우왕좌왕했다.

난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생각에 온 몸이 떨려왔다.

회장 아들을 그리 타박했으니 말이다. 아니 타박만 해

[아! 아! 아!]

난 쥐구멍이 있음 거기에 머리라도 박고 있고 싶었다.

[내가 무슨 짖을 한거지....]

후회는 이미 늦은 시간이고 일은 벌어졌다. 

 

몰랐을 때는 권사원이었고 우리 부서의 막내였지만

권사원의 실체를 알고 나서는 더 이상 권사원이 아닌 내 밥 줄이 달려있는 끈이었다.

정대리는 지금 사태가 믿끼지 않을 정도로 덜덜 떨려왔다.

어디 정대리 뿐이라 부서의 모든 사람들이 떨려왔다.

 

잠시 후 권사원 아니 회장아들이 돌아왔다.

깔끔한 정장에 블루한 머리는 그의 얼굴을 뷰티나게 만들기 충분했다.

정대리는 바로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남자는 함부로 무릎을 꿇어서는 않된다고 했지만 결혼도 해야 하고 먹고 살아야 하기에

난 기꺼이 무릎을 내 주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권사원..아닌 회장 아들이 살벌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살벌하게 쳐다보는 회장 아들에게 열린 입이라고 아니 어떻하든 이

사태를 막기위해 염치불구하고 구구절절 변명을 해 본다.

[회사의 규율을 위해...]

차마 끝 맺지도 못하고 눈치를 봐야했다.

 

나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모르지만 타박도 없이 권사원 아니 회장아들은 자기 말을 이어 나갔다.

[본의 아니게 여러분을 속인 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들달같이 들려오는 아부성 말들이 쏟아졌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라는 사원들의 말이 동시적으로 들린 것이다.

 

지용은 왠지 통쾌했다. 그동안 권사원으로 일하며서 이들에게

얼마나 줘 터졌던가 '아닙니다.' 하고 무릎까지 꿇으려하는

사원들을 보면서 막혀있던 속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손가락 하나로 제압 할 수도 있는 나의 위치가

얼마나 대단 한건지 아니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건지 세삼 느꼈다.

이런 오합지졸 같은 사원들에게 머리 숙여야만 했던 지난 날들을 보상 받는 것 같았다.

 

[무한상사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팀에 합류하게 됐는데

나름대로 값진 경험을 하고 가는 것 같아서....]

지용은 값진 경험이라는 말을 하면서 문든 지난 일들이 생각났다.

 

처음 설레임을 안고 첫 출근을 했던 그날

 

[신입사원이야]

하며 물어오는 선배의 말에

[예 신입사원 권지용입니다.]

하며 깍듯이 인사를 하면서 잘보이려고 무던히 애섰다.

지용은 여기서 실무를 배우는데 문제 될게 없어 보였다.

사람들도 좋아 보였다. 사수인 정대리를 만나는 순간부터

내 인생이 꼬일지 몰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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